‘아, 크립토에 Deep Dive 해야겠다.’라고 마음 먹은지 2주 만에 테라-루나 프로젝트가 무너지며 크립토와 투자관에 대해 많은 고민이 들었던, 힘든 저번주였습니다. 😵💫😵💫😵💫 저번 뉴스레터에서 안내해 드렸듯이 크립토 내용을 알차게 준비하고자 학습 중이었는데, 아쉬움이 뒤따르네요.
이 뉴스레터는 제 투자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만든 것이니만큼, 준비해두었던 기업/크립토 뉴스보다는 테라-루나 프로젝트가 무너진 것에 대한 제 생각과 루나 투자를 복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크립토 월드와 제 투자관이 더욱 강건해지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
테라-루나 프로젝트에 왜 투자했는가?
테라-루나는 왜 망했는가?
앞으로의 크립토 월드
이 투자는 왜 실패했는가?
앞으로 크립토에 투자할 것인가?
그간의 오답노트
1. 테라-루나 프로젝트에 왜 투자했는가?
나는 테라-루나가 주장하는, ‘탈중앙화 세계에는 탈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는 비전에 공감하였고, 테라-루나가 성장하는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의 몫을 독차지할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투자하였다.
1. 높은 브랜드 가치, 높은 전환비용으로 대체 불가능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테라-루나는 소각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bAsset을 활용한 Anchor라는 킬링 서비스 그리고 Astroport, Mars 등 추가 서비스를 통해 UST의 사용처를 늘려오며 숱한 위기를 넘겨왔기에, 유일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 될 수 있었다.
신생 스테이블 코인이 이러한 서비스를 단순히 카피해서는 초기에 불안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특성으로 미루어볼 때, 사람들의 전환비용이 무척이나 높기에 신생 서비스의 흥행이 가능할까 싶었다. 그리고 이미 크립토의 메인으로 자리잡은 테라-루나의 브랜드는 쉬이 무너지지 않을 듯했다.
그렇기에 나는 테라-루나를 뒤집을만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기는 매우 어려우리라 판단했다.
2. ‘Decentralized World Needs Decentralized Money’
언제든지 자금이 계류될 수 있는 USDT / USDC는 크립토 월드의 진정한 교환 매개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테라-루나 또한 Do Kwon을 중심으로 한 LFG 등이 운영하는 중앙화 사업체이긴 하였으나, 훗날 LFG가 해산될 수도 있다고 한 만큼 종국에는 테라-루나가 Decentralized Money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3. 앞으로 풍성해질 테라 생태계
마지막으로 테라-루나는 스테이블코인 3위에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었다. BTC 매입, 앵커 내 아발란체 및 코스모스 체인 확대, 4pool 계획 등을 선보이는 것이 애플이 iOS를 통해 생태계를 확보했던 노선과 비슷하다고 판단하였다.
크립토 월드는 성장할 것이고, 그 중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으로서 해자와 성장 당위성을 확보한 테라-루나가 생태계까지 넓어지고 깊어진다면 ‘Why not?’ 이라는 판단을 내려 투자하였다.
2. 테라-루나 프로젝트는 왜 망했는가?
왜 망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준 글이 정말 많기에 이것으로 대체.
https://m.blog.naver.com/skyat23/222729884277
https://medium.com/@cryptomaton/ust-terra-and-luna-one-for-the-crypto-history-books-2fb0968275d8
간단히 요약하자면, Curve 4pool 준비 기간이었기에 유동성이 제한적인 UST를 누군가가 대량 short을 하였고 BTC 또한 하락하면서(BTC를 먼저 short했다는 말도 있고.. who knows) LFG는 유동성 부족으로 UST 디페깅 시작. 나스닥 하락장과 맞물려 시장의 센티먼트는 극하단에 있었고 UST 시총이 루나 시총을 넘어가며 루나 무한 발행 시작. 결국 ‘센티먼트의 프로토콜화’ 였던 루나는 박살.
테라-루나의 유동성이 풍부했다면, 시장 센티먼트가 나쁘지 않았다면 방어했을 수도 있지만 크립토 월드는 매우 미성숙했으며, 간단한 잽만으로 50조원이 넘어가는 테라-루나는 한순간에 망했다.
3. 앞으로의 크립토 월드
<깊은 상실감>
투자금의 증발과 무관하게 크립토 세계에서 가장 진일보한 발걸음을 보여주던 테라 생태계가 붕괴되어 개인적으로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공격(or 트레이딩)으로 하나의 신념이 폭삭 주저앉아 버렸다. 향후 커리어를 크립토 쪽으로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쉽다.
<너무나도 좋았기에 공격당한 테라-루나>
(뇌피셜) 나는 이 사태가 지구 행성 금융권이 테라라는 행성을 공격한 것으로 생각한다. 지구 행성 입장에서 BTC는 Silvergate와 같은 wire와 CEX 등으로 자금줄을 잡고 있었고, ETH는 USDT, USDC와 같은 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언제든지 한순간에 나락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루나는 자신만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고 자신의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 내리지 않았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펀더멘탈이 좋았기에 벌어진 하나의 공격이라고 생각한다. 더 크기 전에 싹을 밟아야 하는 느낌으로. 물론 이를 방어하지 못한 테라-루나의 잘못이 크다.
<공식적으로 식민지가 된 크립토 월드>
이제부터 크립토 월드는 공식적으로 지구 현실 세계의 식민지가 되었다. 지금껏 수직과도 같은 상승세를 보이던 크립토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립토가 왜 생겼는지 반추한다면 이들의 번영을 낙관할 수 있다. 크립토의 태동은 단순히 디지털의 소유권 인정을 넘어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과도하게 중앙화된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운동이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해낼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렇기에 크립토는 이제 다른 세계에서 공격이 와도 유저들이 떠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즐거움과 효용을 줘야 할 것이다. 앞으로 크립토에서는 Mass Adoption이 제일 큰 화두가 될 것이며, 최근 화두였던 STEPN 등이 하나의 예시이다.
이제부터 크립토에 매진/투자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일종의 신념으로 투자하는 것이며, 일제강점기 시절의 투사와도 비슷한 정신으로 무장해야 하지 않을까.
4. 내 투자는 왜 실패했는가?
<왜 실패했는가?>
테라에 투자한 아이디어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실패라고 생각한 이유는, 프로세스 중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립토 산업은 언제든지 지구 현실 세계의 공격을 맞고 떡실신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한 번씩 예견이 되어왔지만 나는 이를 쉬이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리스크를 인지하지 않았으니 ‘위험 조정 수익’을 고려를 했을 리가 만무했다. 리스크 제어를 못 한 채 수익에만 눈이 멀어 있었던 투자자였다. 나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잠시나마 잊고 있었다.
추가로 루나가 어떻게 무너지는지에 대해 리스크를 인지하고 대응책을 생각하고 있었다면, Short Play까지 넘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인지가 되지 않았으니 제어책 또한 부족하였다.
<리스크란>
하워드 막스 & 워렌 버핏 & 모니시 파브라이
하워드 막스, 투자에 대한 생각
리스크는 절대적으로 돈을 잃을 가능성이라고 확신한다.
리스크란 어떤 결과가 발생할 것인지, 그리고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때 손실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불확실한 것을 의미한다.
투자는 정확히 한가지로 이루어진다. 바로 미래를 상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누구도 미래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하므로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스크에 대처하는 것은 투자의 필수 요소다. 가격이 오를 투자 대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이런 대상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면, 당신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리스크에 확실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장기간 성공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리스크를 이해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리스크가 높을 때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세번째는 리스크를 제어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투자 성공으로 가는 길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리스크 제어에 있다. 전체 투자 이력을 통틀어 대부분 투자자들의 성과는 성공 사례가 얼마나 대단했느냐 보다는, 실폐 사례가 얼마나 되고 그 사례들이 얼마나 나빴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리스크를 능숙하게 제어하는 것은 탁월한 투자자임의 징표다.
“난 계속 이 게임을 즐기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손실 위험을 측정할 수 없고, 계량화할 수도 없으며, 심지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면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가? 실력이 출중한 투자자들의 경우 주어진 상황에 어떤 리스크가 존재하는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주로 가치의 안정성과 신뢰성, 그리고 가격과 가치의 관계를 토대로 리스크에 대한 판단을 한다.
이론가들은 수익과 리스크가 서로 관련 있더라도 결국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가치투자자들은 높은 리스크와 낮은 예상 수익은 동전의 양면일 뿐이며 둘 다 가격이 높은 데서 비롯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듯 가격과 가치 사이의 관계를 아는 것은, 단일 증권에 대해서든 전체 시장에 대해서든 리스크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다.
나는 수년간 리스크가 있는 자산이라도 충분히 낮은 가격이라면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에 해당되는 경우가 언제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 수익을 위해 현명하게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오랜 기간 반복된 성공의 기록이다.
“가치의 안정성과 신뢰성, 그리고 가격과 가치의 관계”
모니시 파브라이 - 낮은 리스크와 높은 불확실성의 조합
워렌 버핏 & 찰리 멍거 - 리스크 관리
“파산할 확률이 1%인 케이스가 있었고, 대신 나머지 99%는 우리 돈을 2배로 불리는 확률이니 좋은 베팅이라고 결정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타 참고
https://m.blog.naver.com/kalay1/222733350408
그래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개별 투자건에 대한 저 모든 실사에도 불구하고 또 분산을 통해 위험을 완화시키고자 한다. 못해도 5~6개, 극단적으로 많은 경우는 100개 이상을 편입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는 20개 내외가 일반적이다. 단순히 투자 개수를 분산할 뿐 아니라 지역, 섹터, 투자시기(Vintage)를 모두 고려하여 분산한다. 저 난리를 치고 실사를 해 놔도 언제 어떻게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대부분의 슈퍼개미들이 집중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생존편향의 한 사례일 수 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테일 리스크의 무작위함을 감안하면 집중투자했다가 망하는 사람이 더 많을텐데, 그런 사람들이야 어디 나와서 얘기할만한 상황이 아닐테니 집중투자해서 성공한 사람들 목소리가 과잉대표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위기라는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돌이켜보면 루나는 뛰어난 프로젝트였지만 크립토라는 점에서 산업 안정성이 매우 낮았고, 가파르게 오른 가격 탓에 기대수익율이 낮았기에 리스크 대비 수익율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정교하게 들이밀어지지 않는 크립토에서는 매우 높은 리스크 대비 수익율을 요구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보니, 성장하는 상장 주식과 별반 다르지 않은 위험 조정 수익율이었다.
안타깝게도 루나는 죽음의 순환고리로 인해 완전히 망가졌지만, 대개 위기는 기회의 순간이다. 앞으로의 내가 루나를 겪었던 트라우마로 인해 위험을 과도하게 회피하지 않았으면 한다. 위기가 닥쳐 흔들릴 때 우리는 어떠한 투자포인트 즉, ‘믿음’을 가졌는지 다시 상기해야 하고, 이러한 풍파를 거치고 올바른 배에 올라와있다면 우리는 다시 화창한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주의할 것은 믿음의 근간이 무엇인지, 그리고 믿음에 따라 다른 위험 조정 수익율을 요구해야 한다는 걸 유념하자. 믿음의 근간은 대표, 조직, 기업의 혁신 요소, 서비스 혹은 프로덕트, 해자, 비즈니스 모델, 밸류에이션 등이 될 수 있다. 후자로 갈 수록 대체로 리스크가 낮다.
5. 앞으로 크립토에 투자할 것인가?
과연 크립토에 계속 투자할 것인가?
앞에도 말했듯, 나는 크립토 세계가 앞으로 계속 확장될 것임을 매우 낙관한다. 하지만 투자에 적합한 자산인지는 의문이다. 시스템 리스크로 언제든 이더리움 및 생태계는 폭락을 경험할 수 있으며, PoS로 전환하는 이더리움도 불안한게 아닌가 싶다.
이미 시가총액이 $247B까지 와버린 이더리움의 위험 조정 수익이 최근 폭락한 나스닥 초성장주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 나는 소량의 물량을 제외하고 다시 주식에 집중할 듯싶다. 어디까지나 이들의 미래를 부정해서가 아닌, 철저히 투자 관점으로 보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산업의 Pioneer들이 크립토의 대중화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지켜보기 위해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계속 찾아 나설 것이다. 분명 언젠가 크립토에서는 기관 쪽에서도 투자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정성에 도달할 것이고, 그때 따라가기에는 매우 벅찰 것이니 말이다. 진심으로 크립토 씬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
6. 그간의 오답노트 업데이트
22.05.15 ver
테라-루나
투자 시 리스크 & 위험 조정 수익율을 고려하자
믿음의 근간에 따라 요구되는 위험조정 수익율은 상이하다.
파산할 리스크가 없는 자산은 없으나(+narrative only), 있다면 매우 보수적인 포트
인지하지 못하는, 제어하지 못하는 리스크에는 항상 보수적으로 접근하자.
기업이 아무리 강건하더라도 산업 존재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다.
모든 리더에게는 비전이 있고 카리스마가 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정말 좋은 경영자와 좋은 경영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A 기업
BM 및 숫자에 대한 이해도 부족
밸류에이션 이해도 부족
믿음의 근간이 경영자였던 것에 비해 낮았던 위험 조정 수익률
B 기업
밸류에이션 이해도 부족
순수 내레티브로 숫자 가늠 불가 (TAM 및 매출 등 추정 불가). 숫자가 없다면 정말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낮은 가치와 비싼 가격에 따른 높은 리스크, 높은 불확실성
C 기업
낮은 리스크 및 높은 불확실성으로 아직도 좋았던 투자였다고 생각하나 무리한 레버리지로 인해 인내심 부족
금융주 리스크
%로 따지면 제일 크게 실패한 투자이지만, 이 투자로 인해 더 강건한 투자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앞으로 위의 단점들을 극복하고, 투자 철학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나감과 동시에 국내외 유니버스를 채우며 성장해가기를 원한다.
어쩌면 다행이다. 실력에 걸맞지 않는 잔고가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훗날 자신의 잔고가 크게 무너질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기에. 앞으로는 실력에 맞는 수준의 잔고만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만일 과거 뉴스레터를 읽고 루나를 매입한 적이 있다면 진심으로 죄송의 말씀을 드리며, 루나 투자자분들은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시기를 빈다.
위기를 기회로~!!